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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프로젝트/혁명을 기도하라

동성애 혐오와 예수

성경이 "동성애자"들을 정죄한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이 있지만, 사실 성서가 작성될 당시의 맥락에서 명사 혹은 형용사 형태의 "동성애자"라는 범주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영어권에서 하나의 '인간종(human kind)'으로서의 'homosexual'이라는 개념은 1892년에야 처음으로 등장한다(독일어권에서는 1880년 즈음.)


등장 당시에 이 단어는 성적 도착증을 분류하는 의학 용어 중의 하나였고, 여기에서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은어인 '호모'가 파생되었다. ('호모'가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1929년 정도다.) 한편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등장하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여성 동성애자"라는 정체성 내지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처음 사용되는 사례도 1925년 이전으로는 소급되지 않는다.


물론 19세기 이전에도 같은 성의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같은 성의 사람들끼리 섹스하는 사람들도 역사 이전부터 있었다. 이성에게만 에로틱한 감정을 느끼고, 이성과의 섹스를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순전히 진화상의 이익으로 인한 우연이다. (인간은 사회적 결탁과 동맹을 강화시키는 성적 접촉을 좋아하는데, 이성간의 성적 접촉은 그 부수적인 효과인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구 근대 사회가 '동성애자'라는 부류의 사람들을 따로 분리하고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엔 의학적, 행정적인 관리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로 인한 차별이 명백해지자, 이 범주는 당사자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언어로 전유되었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제 이 개념은 동성애자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거나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저항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 억압 등은 "동성애자"라고 불리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에 대한 폭력만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특정한 인간들을 대단히 자의적인 기준으로 정상성에서 분리한 후에 두들겨 패는 행위라는 점에서 동료 인간에 대한, 나아가 인간성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다. 예수는 제발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평생 떠들다가 잡혀 죽었는데, 기도할 때마다 예수 찾는 사람들이 정확히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2017. 9. 21.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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