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화에서 왕 주세요 징징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왕권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당화로부터 그 부작용에 대한 정치적 풍자와 비판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전한 지절(地節) 원년 임자(壬子)(69년) 3월 초하룻날 6부의 조상들이 각각 자제들을 데리고 다 함께 알천(閼川) 언덕 위에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위로 백성들을 다스릴 만한 임금이 없어 백성들이 모두 방종하여 제멋대로 놀고 있으니 어찌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어 그를 임금으로 삼아 나라를 창건하고 도읍을 정하지 않을 것이랴!” 하였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
사무엘은 왕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는 백성들에게,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그대로 전하였다.
"당신들을 다스릴 왕의 권한은 이러합니다. 그는 당신들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그의 병거와 말을 다루는 일을 시키고, 병거 앞에서 달리게 할 것입니다. 그는 당신들의 아들들을 천부장과 오십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하고, 왕의 밭을 갈게도 하고, 곡식을 거두어들이게도 하고, 무기와 병거의 장비도 만들게 할 것입니다. 그는 당신들의 딸들을 데려다가, 향유도 만들게 하고 요리도 시키고 빵도 굽게 할 것입니다. 그는 당신들의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가져다가 왕의 신하들에게 줄 것이며, 당신들이 둔 곡식과 포도에서도 열에 하나를 거두어 왕의 관리들과 신하들에게 줄 것입니다. 그는 당신들의 남종들과 여종들과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과 나귀들을 끌어다가 왕의 일을 시킬 것입니다. 그는 또 당신들의 양 떼 가운데서 열에 하나를 거두어 갈 것이며, 마침내 당신들까지 왕의 종이 될 것입니다. 그 때에야 당신들이 스스로 택한 왕 때문에 울부짖을 터이지만, 그 때에 주님께서는 당신들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렇게 일러주어도 백성은,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고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왕이 있어야 되겠습니다. 우리도 모든 이방 나라들처럼, 우리의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그 왕이 우리를 이끌고 나가서, 전쟁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사무엘기 상)
개구리들이 자신들의 무정부상태가 싫어지자 제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내 왕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제우스는 개구리들이 순박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사는 연못에 통나무를 하나 던져주었다. 개구리들은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라 연못 바닥으로 내려갔지만 한참을 있어도 통나무가 움직이지 않자 도로 올라왔다. 그리고 통나무를 얕잡아보고는 그 위에 올라가 앉기도 했다. 개구리들은 그러한 왕을 갖게 된 것에 모욕을 느끼고 다시 제우스를 찾아가 통치자를 바꿔달라고 했다. 첫 번째 통치자는 너무 무기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제우스가 역정을 내며 개구리들에게 물뱀을 보내자 물뱀이 개구리들을 잡아먹었다.
(『이솝우화』 개구리들이 왕을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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