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리치가 기록한 명말 중국의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상황. 당시 중국에는 무슬림이나 유대교 공동체는 물론 아르메니아 계통 그리스도교도 존재했다고 한다. 당대 이전의 “경교”와는 달리 이들은 “십자교”라고 불린 모양이다. (마테오 리치, <중국 견문록> 중에서.)
<이슬람교>
“중국의 서쪽에는 페르시아가 가까이 붙어 있는데, 각각의 시대마다 많은 회교도들이 중국에 들어왔다. 그들은 매우 빨리 그 숫자를 불려나가 전국의 각 도시마다 회교도가 있다. 그 숫자는 몇 천 가구 이상이고, 이슬람교 사원도 많이 있는데, 거기에서 경을 읽으면서 그들의 종교의식을 거행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회교도는 새로운 신도를 받아들이거나 밖으로 그들의 신앙을 선전하지 않는다. 그들 자신이 중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 아는 바는 많지 않다. 중국인들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중국인이 되었기 때문에 당국에서는 그들이 반역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공부를 하고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국가의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허락하기도 한다. 공명을 얻은 많은 회교도들이 그들 본래의 신앙을 버리기도 한다. 다만 돼지고기만은 먹지 않는데, 이것은 습관이고 일부러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유대교>
“중국에서 우리는 모세 율법을 준수하는 유태인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만 하남성 개봉부와 절강성 항주부에 그들의 회당이 있다는 것만을 안다. 회당에 그들은 히브리어로 된 모세 5경을 경건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이 책은 양피지에 쓴 것으로 둘둘 말려 있으며 옛날 글자에 구두점은 없다. 구약의 다른 권에 관해서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할례를 지키고 있고 돼지고기와 힘줄이 있는 고기를 먹지 않는데, 이는 그들의 옛날 예에 따르는 것이다.”
<십자교>
“몇 년 전에 우리는 중국, 특히 북방의 각 성에도 기독교도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를 '십자교'라 불렀다. 본래는 사람 수가 매우 많았으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60년 전에 중국인들은 그들에게 의심을 가지고 대거 체포하기 시작했다. 이는 아마도 회교도가 시비를 도발한 듯 하다. 그들은 도처에서 우리와 적이 되었다. 십자교도들은 이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회교도가 된 사람도 있고, 유태교도가 된 사람도 있지만 어차피 결국 대부분은 외래 종교를 믿는 사람이 되었다. 그들의 교회는 사당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후손들은 음식을 먹고 마실 때 많은 사람들이 열십자를 긋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활에 놀란 새처럼 십자교도의 후손임을 감히 인정하지 못했다. 그들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모두 왜 열심자를 긋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이 중국 이외 민족의 후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이 어떤 성상과 어떤 문자를 쓰는지 모른다. 나는 다만 골동품을 파는 사람에게서 상당히 아름다운 청동 종을 본 적이 있다. 이 종 꼭대기에는 조그만 교회가 새겨져 있고, 앞면에는 십자가가 있었으며 사방에는 그리스어 자모가 많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고대 기독교도에게서 나온 물건일 것이다.”
한편 흔히 무슬림이나 아랍인을 가리킨다고 여겨진 ‘회교도’에 대해 리치는 그것이 유대인이나 그리스도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회교도>
“이들 외래 민족들은 중국인들의 눈에는 모두 '회교도'로 비쳐졌다. 우리는 이 이름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 마호메트교도들은 중국에서 '삼교 회교도'로 불리고, 유태인들은 '유태 회교도'라고 불리며, 크리스트교도는 '십자 회교도'라 불린다.
회교도는 기독교도를 '애설(愛薛)' 또는 '이수(夷数)'라고 부르는데 바로 '예수'의 역음이다. 이 밖에도 그들은 '특이살(忒爾撒)' 또는 '질설(迭屑)'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아르메니아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페르시아에서는 사람들은 아르메니아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독교 신자들도 아르메니아에서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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