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쪽 저널에서 나온 논문 하나를 읽는데 엄청난 번역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금사(錦舍)의 활약이 컸습니다. 특히 총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금사가 일본과 인연이 있으므로 (일본이) 혹시 무구를 건네준 것인가? 또는 일본 군대의 백업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하고 조선에서 일본의 상황을 듣고 싶어 하는 상태입니다. 이에 보고 드립니다."
(정응수, 조선 후기의 해상진인과 정경(鄭經) 부자, 일본문화학보 58, 2013, 371-372.)
1675년 대마도주가 에도막부에 보낸 조선 사정에 대한 보고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금사'란 당시 대만을 점령하고 청나라에 맞섰던 정경(鄭經)을 말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 내용은 정경이 조총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그가 일본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조선에 퍼져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간에 나오는 "일본 군대의 '백업'이라도 있었던 것인가"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렸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겠지 했는데...원문을 보니,
"日本勢之後詰も候哉"
그거 맞다. 백업(back-up)...
아무리 학술논문이지만 어짜피 번역이야 현대어로 하는 거고, 그러다보면 외래어도 쓸 수 있지 생각하다가, 그래도 그렇지 백업이라니ㅋㅋㅋ
옛날 드라마 <허준>에서 처음 "쇼하고 있네"라는 대사가 등장했을 때와 같은 충격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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