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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발제

브루스 링컨, “제2차 세계대전에서 현재까지(아마도 조금 더)” (『신화 이론화하기』 7장)

이 장은 신화에 대한 과거 학자들의 담론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상당히 구체적인 신화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다. 링컨은 그를 위한 출발점으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화학자들인 뒤메질, 엘리아데, 레비스트로스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신화에서 성스러움에 대한 시원적 감각(엘리아데), 인간 정신의 기본 구조(레비스트로스), 인도-유럽인에게 고유한 3기능 이데올로기(뒤메질)을 발견하였다.

주로 초기 뒤메질의 영향을 받은 엘리아데는 인도-유럽인의 특권적 위치를 강조하는 뒤메질의 관점을 더욱 밀고 나가서 이들을 근대인들이 상실한 우주적 종교성과 연결시켰다. 한편 인류가 성스러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한 역사의식은 히브리인들이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아리아족-셈족을 대비시키는 19세기 이전의 이론들과 유사한 구조다.

한편 레비스트로스는 후기 뒤메질이 주장한 3기능 체계와 같은 이항대립구조나 분류 체계 논리에 관심을 가졌다. , 뒤메질은 인도-유럽어를 재구성하려는 역사언어학의 통시적 측면을 주로 계승한 반면, 레비스트로스는 소쉬르, 야콥슨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언어학의 공시적 측면에 주목하였다는 차이가 있다.

링컨은 자신의 지도교수인 엘리아데에 대한 (주로 그의 신학적 태도와 정치경력에 관련된) 비판에 대해 방어하지만 이제 와서 그에게서 배울 것은 거의 없다고 보는 듯하다. (“이제 할 말은 다 했고, 어쨌든 나는 그분이 추구했던 그런 종류의 연구에는 별다른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그는 뒤메질과 레비스트로스에게 공통적인 부분, 즉 그들이 뒤르케임 학파로부터 배운 신화란 서사 형식으로 된 분류 체계라는 관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뒤메질이나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에는 역사적 맥락이나 정치적 요인을 지워버린다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링컨은 이들의 신화에 대한 정식화에 안토니오 그람시, 롤랑 바르트, 피에르 부르디외 등 문화 이론가들과 유사한 비판적 관점을 도입해 보자고 제안한다. , 분류된 것들은 단순히 범주로 나누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위계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링컨은 “(...) 분류 체계가 신화라는 틀 속에 담겨질 때 그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모습으로 온갖 특정한 차별 체계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더욱이 분류체계는 차별을 자연화하고 정당화한다. (사례연구1 쿨리의 황소공격참조.) 그러므로 신화란 단순히 분류 체계가 아니라, 서사 형식으로 된 이데올로기.”

링컨은 신화를 이데올로기로 다루기 위해서 정치적인 서사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신화 판본들은 (레비스트로가 생각하듯이) 비인격적인 논리 구조가 스스로를 쓰는 과정이 아니라, 화자나 청자와 같은 행위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서사 속의 분류 체계 질서를 변형하고 재해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례연구2 플라톤, 파이드로스참조.)


따라해 봅시다! 브루스 링컨식 신화 텍스트 해석 절차

 

1. 신화 속에서 문제가 되는 범주들을 뽑아내자. 그리고 그 범주들이 어떤 관계고, 서열은 어떤지, 그런 관계나 서열은 어떤 논리로 정당화되는지를 살펴보자.

 

2. 이야기가 시작될 때랑 끝날 때 범주들의 서열에 변화가 생겼나? 그렇다면 그 변화는 어떤 논리로 정당화되고 있나?

 

3. 같은 문화권 내에서 등장인물, 행위 주제 등이 관련된 다른 텍스트들을 모아서 자료들 사이에 범주와 서열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자.

 

4. 텍스트에 나타나는 범주들과 텍스트가 유통되는 사회집단들의 관계에 대한 범주들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5. 모아놓은 모든 텍스트의 시기, 저자, 발생되고 유포, 수용된 환경을 확인하자.

 

6. 그 이야기들을 통해 누가 이익을 보고, 어떤 타협이 일어났는지를 추론해 보자. 특히 어떤 집단이 추켜올려지고, 어떤 집단이 깎아내려졌는지에 주목할 것.

 

7. 이 신화적 변이에 대해서 다른 해석이나 변형을 제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 2017년 겨울 정치종교사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