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로이트(1856-1939)가 사망 직전(1938)에 출간한 마지막 저서다. 1927년 이후 프로이트는 개인의 정신구조에 대한 관심을 넘어 자신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사회적, 역사적인 집단심리에 적용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토템과 터부』 저술 당시부터 표명된 프로이트의 종교 이론을 확장, 완성한 것이었다. 그러나 1937에 먼저 발표된 “이집트인 모세”와 “모세가 이집트인이었다면”에는 정신분석학적인 내용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유대인의 고대사에 대한 유사역사학적인 가설들만이 소개된다.
“이집트인 모세”에서 프로이트는 “가족로망스”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제자 오토 랑크의 영웅신화 분석을 바탕으로, 모세가 이집트인이었을 거라고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영웅신화는 고귀한 혈통을 가진 주인공이 버려져서 미천한 환경에서 자라다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는 구조를 가진다. 이런 전설은 실제로는 평범한 신분인 주인공을 왕이나 신의 피를 이은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모세 이야기의 경우, 오히려 비천한 신분(히브리인)이었던 모세가 이집트 공주의 손에 자란다. 그러므로 이 전설은 실제로는 이집트인이었던 모세를 히브리인 출신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신화라는 것이다.
“모세가 이집트인이었다면”에서는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모세가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인 아케나텐이 만든 유일신교를 유대인에게 가르쳤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아케나텐의 종교는 기존의 이집트 종교와는 달리 태양신인 아텐을 유일신으로 삼는 종교였으나, 사제나 일반 민중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소멸하였다. 프로이트는 이 종교가 유대-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신앙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즉 모세는 아케나텐 시대의 사제였고, 탄압을 피해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나아가 프로이트는 이 모세가 동족에게 살해당했을 수 있다는 성서학자 에른스트 젤린의 가설을 받아들인다. 이집트인으로 유일신교를 가르친 모세는 유대인들에게 살해당했고, 평화로웠던 모세의 종교는 카데스 지역의 화산지대에 존재했던 포악하고 잔인한 신인 야훼 종교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모세의 종교는 야훼 신앙 뒤에 잠복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가 마침내 표면에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프로이트는 이 두 논문의 후속편을 이미 작성해 두었으나 곧바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주로 원시 종교를 다루었던 『토템과 터부』에 비해, 유일신교를 직접 다루는 것은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 치하에서 정치적 부담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하고, 프로이트가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로이트 자신은 공공연하게 무신론자를 자처했지만, 유대인 부모에게 태어났기 때문에 나치의 분류에 따르면 “유대 인종”이었기 때문이다. 사상적으로 빈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런던에서 프로이트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모세를 살해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정착한 이스라엘인들은 주변의 강대한 제국들 사이에서 학대를 받으면서 신(그리고 모세)에 대한 죄의식을 키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예언자들은 의례를 배격하고 믿음과 정의를 중시하는 새로운 신앙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본래 모세의 이상이기도 했다. 살해당하여 억압되어 있었던 모세의 종교가 귀환한 상황을 프로이트는 개인의 신경증과의 유비를 통해 설명한다. 즉, 심적인 외상-방어-잠복-신경증의 발병-억압당한 것들의 부분적 회귀라는 신경증 전개의 공식이 유대 종교사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종교 교리와 의례에는 고대의 “아버지 살해”에 대한 고착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 망각의 기간 끝에 이루어지는 과거의 재현이 있다.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는 유대교를 살해당한 아버지의 귀환으로, 기독교를 아버지를 제거한 아들의 종교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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