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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발제

[발제] 지그문트 프로이트, "강박 행동과 종교 행위" (1907)

<강박 행동과 종교 행위> (1907)

 

 19세기 말에 심리학과 민족학 등의 분야가 발달하면서 신경증 환자의 강박행위와 종교의례의 유사성이 지적되기 시작하였다. 강박행위는 특정한 일상 활동에 사소한 것을 보태거나, 제한하거나 각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행동은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환자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며, 방해받거나 남들이 곁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여기에는 특정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강박 이외에도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제도 포함된다.


 신경증 의례와 종교 의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행위에 태만할 경우 불안에 휩싸인다는 점, 다른 행위와는 완벽하게 분리된다는 점(틈입이 철저한 금제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세심하다는 점이다.” <12> 한편 양자에는 차이도 있다. 1. 종교 의례는 정형화되어 있으나 의례 행위는 개인마다 변이가 크다. 2. 종교 의례는 공적이고 사회적이지만 신경증 의례는 사적이다. 3. 종교 의례 상징적 의미가 가득한 행위로 이루어져 있으나 신경증 의례는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무의미해 보이는 강박 행위에도 개인사적인 의미가 있다. 신경증 의례는 개인의 중대한 관심사나 과거의 사건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직접적인 방법이나 상징적인 표상 작용을 통해서 표현된다. 강박 행위가 병인지 아닌지는 강박에 빠진 사람이 그 의미를 아는가 모르는가에 달려 있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이것은 종교적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평범한 신앙인들은 자신들의 의례가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상징적인 의미는 사제들이나 연구자들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신경증 환자가 종교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무의식적 죄의식이다. 이들이 경험하는 가상적인 불안, 불행에 대한 예감 때문에 의례적 행동은 불안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된다. 프로이트는 이런 죄의식 또는 양심이 유년기에 이루어지는 본능충동의 억압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심적 반작용 구조는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과 끊임없는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 강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는 것을 일부 허용함으로서 두 세력 사이의 타협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현상이 심리적 전위의 메커니즘, 즉 욕망의 대상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강박 행위나 의례의 상징성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이상의 비교를 통해 프로이트는 신경증을 개인의 종교성으로, 종교를 보편적인 강박 신경증으로파악한다. 차이는 신경증에서 억압된 본능이 성적인 것이지만, 종교에서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이기적인 욕망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이트는 신경증과의 비교를 통해 의미심장한 종교 비판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신경증 환자의 강박행위가 억압되어 있는 본능을 표현하는 것처럼, 종교 역시 종교의 이름으로, 혹은 신의 이름으로 자신이 금지하는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하고 금지된 행위는 신들의 것으로 돌려진다. 고대 신들에 대한 묘사는 인류의 본능에서 비롯된 악행들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