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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발제

반란의 현상학

반란의 현상학

-Jonathan Z. Smith, “Birth Upside Down or Right Side Up?” (1970)-



 조너선 Z. 스미스의 “Birth Upside Down or Right Side Up?”은 1968년에 “질서와 혼돈(Order and Chaos)”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이다. 이 글은 단행본인 Map Is Not Territory (1978)를 통해 출판되었다. 스미스는 훗날 발표된 자서전적 에세이에서, 이 논문을 자신의 독특한 방법론인 “반란의 현상학(Phenomenology of Rebellion)”을 정립한 첫 번째 글로 평가하고 있다.


1) 접근방식/방법론


 이 시기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종교학에 대한 비판적인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었다. 그가 특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엘리아데 종교현상학의 핵심개념인 ‘우주창생신화(cosmogonic myth)’에 대한 해석이었다. 엘리아데에 의하면 우주창생신화와 그것을 반복하는 의례는 태초의 혼돈을 몰아내는 신의 창조 행위라는 범례적 모델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구조를 확립하고 주기적으로 갱신, 강화하는 실천이다. 사람들은 많은 고대 문화에서 신화, 의례, 행위 규칙, 분류 등을 통해 질서 잡힌 우주에 대한 심오한 신앙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는 자신이 다루는 헬레니즘 시대 이후 후기고대 지중해 세계의 종교를 해석하는 데 있어, 이런 틀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몇몇 문화에서는 질서 잡힌 구조나 세계, 그리고 그것을 획득하거나 창조한 신들이 악하거나 억압적임이라고 인식된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그 패러다임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고 그들의 힘을 전복하려고 한다. 이 경우 신화나 의례는 창조를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비뚤어져 있는 운명의 패턴을 재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그리고 존재의 목적은 자기 자리에 묶인 제약을 탈출하는 것이 된다.

 이런 종류의 반란은 후기고대 지중해 세계의 영지주의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이 전통은 우주와 그 신들, 인간의 조건, 모든 질서 구조를 악하고 억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파괴하거나 뒤엎어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엘리아데가 다루는 요가 전통에서도 수행자들은 우주의 구조를 유지, 갱신하기 위한 고대 브라만적 희생제의의 구조를 자신을 둘러싼 질서와 운명의 제약에서 탈출하기 위해 활용하곤 한다.

 이러한 전복과 반란의 종교적 세계관을 묘사하기 위한 개념이 “반란의 현상학”이었다. 이 방법론은 이후 위치지정적(locative) 세계관/ 유토피아적(utopian) 세계관이라는 구도를 통해 더욱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의 작업들에서 나타나는 관점들은 이 논문에서 대부분 제시되어 있다고 본다.


2) 연구의 내용

 

 가. “역십자가형” (upside-down crucifixion)

 - 이런 반란의 사례가 베드로의 역십자가형


 - 베드로 행전 : 180-190년 경 그리스어로 작성. 현재의 사본은 9~11세기의 것, 3, 4세기 경 라틴어로 번역.


 - 두 부분으로 나뉨: 

   1. 시몬 마구스와 베드로의 경쟁 (152)

   2. 베드로의 순교(33장-41장): 이 부분이 널리 유포되어 콥트어, 시리아어, 아르메니아어, 아랍어, 에티오피아어, 고 슬라브어 텍스트들이 남아 있음.


 - 공식적인 해석은 유세비우스, 『교회사』의 것: 베드로는 예수와 같은 방식으로 죽을 수 없다고 함. 예수가 하늘을 향했으나, 자신은 하늘을 향할 자격이 없다고 보아 땅을 향하는 것으로. ‘겸손’이라는 덕목을 통해 도덕적으로 해석한 셈. 9세기부터 지배적인 해석이 됨.


 - 그러나 스미스는 이것을 이야기와 모티브에 대한 왜곡으로 봄. 이것은 겸손의 실천이 아니라, 우주의 구조와 인간의 조건에 대한 그리스도-영지주의적 이해와 평가가 담긴 '우주적 대담성의 행위'라고 주장.


 - 초기 그리스도교 텍스트에서 베드로는 엑스타스적인 빙의 상태에서 십자가에 숨겨진 비가시적인 우주의 비밀을 깨달음. 육신의 감각을 닫을 것을 권고하는 프뉴마적 목소리. "몸을 버릴 때가 되었다. 베드로."


 - 왼쪽과 오른쪽, 위와 아래의 역전에 대한 계시 십자가의 의미에 대한 비의적인 해석들은 외경에서 일반적이었으나, 9세기 이후 도덕적 해석에 의해 사라짐.


 - 빌립보 행전: 4-5세기 편집. 명백히 베드로 행전에 의존. 그리스어, 시리아어 파편만 남아 있음.


 - 빌립보도 역십자가형을 받지만 베드로와는 다르게 자기가 역십자가형을 청하지 않음. 대신 머리가 땅을 향하게 십자가에 매달린 "첫 사람(First Man)"을 반복하는 것으로 묘사.


 - 빌립보의 교의적 정식화 "나를 따라 행하라. 세상의 잘못된 방식을 되돌리도록, 모든 영혼이 그 안에 있도록.“



 나. “거꾸로 선다”


 - “거꾸로 선다”는 것의 의미:  

  1. "거꾸로 서는 것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 인간적 조건의 포기. 일상적인 보행양식을 포기하고 부정해지는 것.

  2. "거꾸로 서는 것은 낯설어 지는 것" :비인간적인 세계로부터 공간적인 관계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

 →  비인간적, 낯선, 심지어 반인간적 상태. 수치스럽거나, 적대적이거나, 위협적.


 - “거꾸로 선” 사례들: 천국에서 사람은 손으로 걸어다님 (유대전통), 죽은 자들은 거꾸로 걸어다님. 마녀가 거꾸로 걸어다닌다는 믿음. 요가 수행자들은 일반적인 행위들을 '역전'하는데 물구나무 서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축제에서의 물구나무 곡예, 신화에서 물구나무 자세로 등장하는 임계적 존재들(트릭스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윌리엄 신부. 조롱의 의미(무쏠리니)


 - 베드로의 경우는 자기가 자청함. 자기 자신을 비인간화, 자연적 질서의 역전. 죽음을 인간성과 우주에 대한 반란 행위로.


 - 동시에 탄생의 행위이기도 함.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적 저술들에서 인간은 거꾸로 태어남.

헬레니즘 종교의 일반적 분위기 속에서 인간성의 파괴는 동시에 탄생을 의미.



 다. “우주론적 확신”


- 범바빌로니아 학파의 코넬리우스 로위(Cornlius Loew): 지중해와 근동 사회에서의 '우주론적 확신'

 (1) 우주에는 질서가 있음.

 (2) 우주적 질서는 신들의 신성한 사회

 (3) 사회의 구조와 역동은 우주적 몸의 움직임 및 패턴과 상응됨.

 (4) 인간 사회는 신들의 사회의 소우주.

 (5) 사제와 왕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신들의 질서에 인간의 질서를 맞추는 것.


 - 고대의 질서는 우주의 질서에 의해 승인되고 축복받음. 창조는 질서의 힘과 혼돈의 힘 사이의 전투. (e.g. 에누마 엘리쉬: 물의 혼돈의 힘에 대한 승리.)


 - 긴장의 시기가 있을 수 있음(신년제라거나) 그러나 결국 운명의 구조가 승리함. 왜냐면 그게 신들에 의해 설립된 실재니까.


 - 인간의 의무는 우주적 운명과 질서의 거대한 리듬에 자신을 맞추는 것. 거기에 반항할 경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움(길가메쉬처럼). "실패한 영웅"의 패러다임.



 라. “헬레니즘 시대”라는 조건


 -  "우주론적 확신"에 대한 "급진적 재평가"


 - 헬레니즘 시대: 불안의 시대. "우주적 피해망상". 인간은 스스로를 벌거벗고 무력한 것으로. 모든 곳에 공포. 하늘과 별들을 봐도 질서의 보증인도 없고 선한 우주와 인간 운명의 수호자도 없음. 혼돈의 힘에 대한 긍정적인 경계도 없음. 대신 침략하는 체제, 적대적인 군대. 질서의 구조는 뒤집힘. 제한들을 억압적으로 느낌.


 - 인간은 더 이상 자신과 사회를 우주적 질서의 패턴에 조화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그 패턴을 탈출하는 존재로. → "실패한 영웅" 대신 폭압적 질서로부터 탈출하는 자인 "성공한 영웅"이 헬레니즘 시대의 패러다임이 됨. ‘세계 너머의 세계’, ‘이 세계의 신을 넘어선 신’을 향해 돌아가고자 하는 종교적 실천들.


 - 역사적 조건 :알렉산더의 정복, 폴리스의 구조 해체, 코스모폴리탄, 즉 온 우주의 시민이라는 인식. 세계는 감옥으로 경험. 


 - 신화는 현재의 우주적 패턴이 뒤틀려 있고, 뒤집혀 있다고 묘사. 각각의 문화는 고대 전통에 대해 전복을 시도 : 이집트 예언자 Nefer-Rohu(c. 1850 B. C.), 견유학파, 디오게네스에게서도. (밑으로 누워서 묻힘)


 - 운명의 우주론적 패턴은 종말론적 신화 버전으로 이해됨. 신은 구원자에게 우주적 순환에 대한 지배를 내어 줄 것. 우주적 무질서의 징후는 세계의 끝을 알리는 것. (Pistis Sophia에서 우주를 전복시키는 예수의 역할.)


 - 빌립보가 모방한 '첫 사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아담? 타락한 안드로포스-데미우르고스? 그리스도?

   1. 긍정적 평가 - 예수가 한 것처럼 astral power 의 영향을 역전시킴. -> 이 경우 역십자가형은 해방을 얻기 위한 방법

   2. 부정적 평가- 선한 창조신과 선한 질서를 전복시켜. 현재의 악한 상태가 얘 때문임. -> 이 경우 역십자가형은 우주가 뒤집혀 있기 때문에 바로 서는 것.

     -> 어쨌든 전복과 역전의 의미.


 - 우주창생 신화, 질서와 혼돈의 구조에 대한 종교사적 성찰

   1. 엘리아데의 해석: 카오스에 대한 "전략적 햄릿", 우주창생의 의례적 반복을 통해 카오스를 상징하는 임계적 시기를 몰아냄.

   2. 반란의 현상학: 질서는 운명을 제약하는, 탈출해야 하는 것. 임계성은 통과의례의 한 순간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