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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프로젝트/조선후기 반역자들의 종교

정치인류학이 나에게 던져주는 문제 몇 가지

 1. 강제적 권력, 국가의 발생은 사회계층의 분화와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그 혁신에 대해서는 강력한 저항이 일어난다. 정치권력의 발생과 분화, 그로 인한 사회적 힘들의 투쟁은 종교권력의 장에서도 일어난다. 정주공간 내에 있으면서 사회와 분리된 힘의 장소로서 존재하는 성전과 그 체제를 유지하는 사제, 그를 통해 합법화되고 성화된 폭력을 독점하며 행사하는 왕, 그리고 그 체제를 초과하는 권위를 주장하며 그에 도전하는 예언자.


 2. 어쩌면 아나키즘은 서구 근대의 산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히브리성서의 역사서들은 왕실사가에 의한 국가 발생의 신화와 그에 저항하는 예언자들의 신화가 동시에 발견된다. 그들의 담화는 투피-과라니족의 예언자인 ‘카라이’들과 같이 기존 세계의 부정과 타락을 고발하고, 그로부터 이탈할 것을 선동한다. 국가형성의 조건에 대한 일반이론이 가능하다면, 국가부정의 담화와 실천에 대한 일반이론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3.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들은 지역외혼제에 따른 동족 집단의 존재, 군사적 동맹을 통한 강력한 수장의 등장 가능성 등 클라스트르의 전-역사적 사회와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초원의 주민들은 때로는 중국의 제국들을 멸망시킬 정도의 강력한 통합을 보이고, 때로는 집단 상호 간의 항시적 투쟁 상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것은 정치인류학의 통시적 구조에 대한 이론들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4. 제임스 C. 스콧이 말한 “약자의 무기들”, 즉, 지배계층에 대한 조롱, 풍자, 고의적 실수와 태업, 사보타주, 전복적 이야기와 같은 일상적 저항들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그것은 단순한 무질서나 현재 세계의 역전만이 아니라 체제의 억압에 대항하는 특정한 구조를 전제하는 것이 아닐까? 근현대의 변혁이론들은 이런 자연적 지향들에 대한 이론화가 아닐까? 일상적 저항들이 실질적 혁명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5. 조선후기 민중종교에 보이는 종말론적, 묵시적 환상들은 저항적 사회계층의 형성과 관련되어 설명될 수 있겠다. 이런 걸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교차문화적 인류학이랑 사회사, 미시사적 문화 연구가 성취한 통찰들을 어떻게 종합하여 적용할 것인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