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엔 신기한 고문서들이 많이 있다. 이건 1690년에 홍충선(洪忠善)이라는 사람이 당시 우의정이던 김덕원(金德遠)의 집에 던져넣은 익명의 투서다. 내용이 워낙 ㅎㄷㄷ해서 실록에도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할 흉악한 역모에 대한 내용"이라고만 언급되어 있는데, 이렇게 실물이 남아 있었다(사진은 영인본임.)
보내신 편지를 삼가 받으니 마치 위로가 되는 듯합니다. 편지에서 하신 말씀은 충청 병사, 강계 부사, 안변 부사가 즐겨 따르겠다고 한다는 것이니 기쁘고 다행스럽습니다. 두 김씨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점을 쳐보고는 “올해 4, 5, 6 이 세 달 사이에 국운(國運)이 크게 쇠하고 왕과 왕의 아들이 극흉(極凶)한 시기에 들어가니 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날짜를 고르자면 4월 25, 5월 초가 길하고, 6월 15일은 극히 대길(大吉)하고 대통(大通)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택일한 날들 중에서 어느 날이든 점쳐서 군사를 움직이려 하는데 이길 수 있음을 보이니 신묘합니다, 신묘합니다. 이 편지를 본 후 즉일에 불태우십시오.
물론 권모술수와 조작이 난무하던 숙종시대에 있었던 사건이니까 실제 저런 역모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누가 쓴 건지도 결국 안 밝혀져서 내용도 모르고 편지 배달한 사람만 유배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17. 9. 29. 페북.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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