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치: 코리아크는 캄챠카 반도를 점유하고 있는 두 개의 민족 집단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캄차카의 북쪽과 인근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축치, 남쪽으로는 이텔만(캄챠달)과 접하고 있다.
2. 명칭: 코리아크는 인접한 축치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민족적 동일성을 보이지 않는다. “코리아크”라는 이름 또한 이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순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러시아어 코락(korak)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이들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언어 : 코리아크는 8개의 영역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방언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순록 코리아크(Reindeer Koryak)의 방언이 공용어였으며, 현대의 표준어로 채택되었다.
4. 분류
가. 차브추프 코리아크(the Chavchuv Koryak) : 순록 코리아크들은 스스로를 ‘차브추프’라 부른다. 이들은 해마다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물고기가 풍부한 강 주변에 야영지를 설치한다.
나. 알리우토르 코리아크(the Aliutor Koryak) : 이들은 캄챳칸 지협(Kamchatkan isthmus)에 거주하며 소규모의 순록 목축과 바다 사냥, 어업을 통해 살아간다. 여름의 연어 산란기에 이들은 젊은 목자들에게 가축떼를 남겨두고 하구로 이동한다.
다. 해안 코리아크(Maritime) : 스스로를 누물루(Numulu)라 부른다. 이들은 에스키모들처럼 얼음 위에서 개썰매를 끌거나, 호수에서 카약(kayak)이나 우미악(umiak)을 타고 다니며 바다표범을 사냥한다. 또한 쌍동선(catamaran)을 타고 바다에 나가 창과 작살로 고래를 사냥하기도 한다.
5. 어업: 물고기는 주로 둑에 설치하는 덫으로 잡는다. 산란기에는 고리가 달린 작살인 마릭(marik)을 사용한다. 이것은 아무르나 아이누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도구인데, 아이누 역시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생선은 말리거나 삭혀서 먹는다.
6. 식량
가. 순록: 순록 코리아크의 주식은 삶은 순록고기다. 골수, 신장, 연골은 날로 먹는다. 순록 코리아크는 해안 코리아크와 순록고기와 바다포유류 고기, 지방, 말린 생선을 교환한다.
나. 해산물: 해안 코리아크의 주식은 생선이다. 생선은 여름에는 삶아서 먹고, 겨울에는 말리거나 삭혀서 먹는다. 생선 대가리, 뇌, 연골, 눈알은 날로 먹는다. 가장 선호되는 음식은 바다표범과 흰돌고래(beluga)의 고기와 지방이다.
다. 채소: 캄챠카반도의 코리아크와 이텔만은 시베리아의 민족들 가운데에서도 채식을 가장 많이 한다. 주로 두루미꽃(wild lily)의 뿌리, 사초(Carex)의 뿌리와 싹, 쐐기(wild Rumex)잎, 바늘꽃(Epilobium)의 새순 등을 생선이나 고기 요리와 함께 먹는다. 순록이나 바다표범 고기에는 두루미꽃 뿌리에 시로미(empetrum nigrum)나 들쭉나무(Vaccinium uliginosum) 열매가 곁들어진다.
라. 흥분제: 블루베리는 가볍게 취하게 하는 음료의 재료가 된다. 그러나 샤먼적 트랜스를 위해 강한 흥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광대버섯(fly agaric)을 사용한다.
7. 의복: 코리아크의 의복은 축치와 가장 비슷하다. 기본적으로는 어린 순록의 가죽으로 여름옷과 겨울옷을 만들며, 개, 여우, 늑대 가죽은 장식과 외투를 만들 때에만 쓴다. 남성의 모피셔츠는 무릎길이에 소매가 넓고 두건이 달려 있다. 여성복은 남성복과 비슷하지만 술과 자수 등의 장식이 더 화려하다. 축치와의 차이점은 옷단에 줄을 넣거나 모자이크 장식을 하는 등 무늬를 넣는다는 것이다.
8. 재산: 순록과 순록고기는 가족의 소유다. 그러나 바다표범의 고기와 지방은 사냥에서 돌아오면 모든 마을 주민에게 분배된다. 단 바다표범 가죽만은 바다표범을 찌른 사냥꾼의 소유가 된다. 작업 도구인 카누와 덫은 가족의 소유이며 가족들 사이에 거래된다. 그러나 큰 낚시그물은 대개 연관된 가족들이 공동으로 소유한다.
9. 결혼: 신랑은 결혼 전에 2~3달에서 3년가량 장인이 될 사람의 집에서 순록을 돌보는 등의 노동을 한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신부잡기”라는 의식이 이루어진다. 신부는 집 안으로 도망가고, 신랑은 신부를 잡아서 옷을 찢고, 맨몸을 만지려고 한다. 신부의 가족들은 나뭇가지를 들고 때리는 등 온갖 수단으로 신랑을 저지하려고 한다.
10. 씨족(clan): 축치의 경우처럼, 코리아크에는 씨족 구분이 없다. 그러나 몇몇 전통들은 씨족 분할의 잔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테면 다른 친족(kin)의 가족들에게 불씨를 옮기는 것에 대한 금기, 연관된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협동, 피의 복수(blood revenge) 등이 그렇다.
11. 종교
가. 닌비츠(nin’vit’s): 온 세상에는 해로운 존재들인 닌비츠들이 살고 있다. 닌비츠들은 보통은 보이지 않지만 원할 때에는 거대한 귀와 불타는 눈(애꾸눈이거나 세 눈일 때도 있음),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온 몸이 두껍고 검은 모피로 덮인 인간형 생물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잡아먹는데,” 그러면 병이 일어난다. 코리아크들은 닌비츠를 달래기 위해서 제사를 지낸다. 사냥꾼들은 닌비츠가 머문다고 생각되는 장소를 지날 때 담배 한 대, 혹은 한 갑을 가지고 제를 올려야 한다. 닌비츠가 머무는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는 온천, 폭포, 화장터, 사냥꾼이 죽은 곳, 거주지의 폐허 등이다.
나. 누멜게난(numelgenan): 해안 코리아크, 에스키모, 해안 축치 거주지에 있는 전통과 전승의 수호자다. 이들은 마을 설립자의 직계 후손이라 믿어진다. 누멜게난이 이끄는 집단은 누멜겐(numelgen)이라는 토템 동물 형태의 나무 형상을 숭배한다.
다. 조상숭배: 코리아크는 조상들이 하늘, 지하 등에 머물면서 후손들을 돕고 사냥을 성공하게 해 주고 가축떼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각각의 가정은 조상을 상징하는 나무 조각상을 가지고 있다. 조각상의 입부분에는 구멍이 있어서 의례 때에 지방을 ‘먹일’ 수 있다.
라. 직업 샤먼: 코리아크는 샤먼이 닌비츠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샤먼이 닌비츠와 소통할 때에는 거주지의 입구를 닫고, 풀을 태워 연기를 내면서 탬버린을 치고, 파편적인 단어나 문장을 외치며 춤추고 노래한다. 샤먼은 광대버섯으로 만든 흥분제를 쓰다가 지쳐 쓰러져 잠든다. 코리아크들은 광대버섯이 샤먼을 내세에 있는 조상과 만나서 필요한 도구를 가져오게 한다고 믿는다. 잠에서 깨어난 샤먼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해 준다. 특별한 샤먼의 복장은 없으며, 의례를 할 때에도 몇 가지 장식을 붙일 뿐 평소와 같은 옷을 입는다.
마. 가족 샤먼: 코리아크는 직업 샤먼과는 별도로 가족 샤머니즘을 행한다. 이는 주로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새로 태어나는 가족 구성원은 조상의 환생으로 여겨진다. 조상의 정체는 점을 통해서 확인되며, 아기는 죽은 조상의 이름 가운데 하나를 받게 된다.
바. 순록 코리아크 의례: 유목민들은 봄의 순록 분만, 가을의 사슴 도살 시기에 계절제를 행한다. 여기에는 샤머니즘적 연행, 희생제의 등이 포함된다.
사. 해안 코리아크 의례: 바다 사냥꾼들은 봄에 가죽배인 바이다르(baydar)를 띄워 보내고 개를 희생제물로 바친다. 바다 사냥철인 11월이 되면 해안 코리아크들은 “바다표범 축제”(과거에는 “고래 축제”)를 연다. 사냥에 성공하고 돌아오면 사냥꾼들은 감사제를 하고, 고기는 분배하며, 죽은 동물이 있던 자리에는 해초로 동물 상징을 만든다.
아. 창조신화 : 코리아크 신화에 의하면, 인간과 세계를 만든 것은 안안(An’an’) 또는 에티니(Etyny)다. 그런데 인간이 생기자마자 해로운 존재인 넨베트기인인(Nen’vetgyyn’yn)이 끼어들어 인간의 강한 심장을 꺼내고 진흙 심장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병과 불행이 인간에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 토템적 금기: 코리아크는 늑대, 자료에 따라서는 곰을 자신들의 친척으로 여긴다. 늑대는 샤먼적인 동물로 묘사된다. 심지어 20세기까지도 늑대를 죽이는 것에 대한 금기가 있어서, 이들의 순록 목축에 악영향을 주었다.
차. 다른 집단 신화와의 관계: 코리아크의 신화는 축치나 이텔만의 것과 비교할 만하며, 에스키모 신화와 매우 가깝다. 이들 집단에서 신화의 영웅들은 큰까마귀와 곰, 늑대, 여우와 같은 반인반수들이다. 모든 코리아크들의 신화에는 공통되는 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각 코리아크 집단은 이웃집단들과의 전쟁에 대한 영웅적 전설 또한 가지고 있다.
12. 주변 문화와의 관계
가. 원 에스키모-알레우트(proto-Eskaleut)의 유산: 현재의 코리아크 지역에는 원래 원-에스키모-알레우트 부족들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코리아크 문화에서 이들의 직접적인 유산을 찾기는 힘들지만, 작살기술, 카약, 바다사냥 전통은 그 일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코리아크의 민족의상은 에스키모와 전혀 다르지만, 흰 순록의 모피로 만드는 코리아크의 장례의상은 에스키모의 복장과 유사하다.
나. 공통조상?: 현재 코리아크의 문화권은 에스키모, 알레우트, 아이누, 니브키(Nivkhi) 등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다. 그러나 코리아크의 신화, 신앙, 의례, 사회구조에서 나타나는 많은 특징들은 에스키모 및 알레우트와 니브키 사이를 연결시켜 준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들의 조상 가운데 일부는 원래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아이누 문화의 영향: 코리아크의 장신구나 도구들은 니브키나 아이누의 양식과 대단히 유사하다. 이에 대해서는 18세기까지 아이누 인구의 일부가 캄차카 반도 남부에 거주하면서 코리아크 문화에 영향을 준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S. A. Arutiunov, “Koryak and Itelmen: Dwellers of the Smoking Coast”, William W. Fitzhugh, Aron Crowell, Crossroads of Continents: Cultures of Siberia and Alaska,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1988.
V. V. Antropova, “The Koryaks”, M.G. Levin, L.P. Potapov, The Peoples of Siberia,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4.
鳥居龍蔵, 『極東民族』, 文化生活硏究会,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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