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에는 유민(流民)과 유민(遊民)이 모두 늘고 있었다. 유민(流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착 공동체에서 벗어나 방랑하는 사람들이었고, 유민(遊民)은 물려받은 토지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이었다. 계층으로 따지면 전자는 하층민이고, 후자는 특권층이었지만, 19세기 이후에는 흥미로운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방랑하는 유민(流民)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선비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들은 놀고먹는 유민(遊民)들을 양반 엘리트로 인정하지 않았다. 19세기의 "민중운동"들을 이끌었던 이른바 "몰락양반"들 가운데 다수는 따지고 보면 신분적으로는 전혀 양반이 아니었음에도 자신들에게 천하 사람들을 위한 공적인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과대망상이고, 다르게 보면 정치적 주체로서의 각성이었던 셈인데, 조선이 식민지화가 아닌 혁명으로 망했으면 지금쯤에는 좀 더 재밌는 사회가 됐을 거 같다.
2017. 9. 21.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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