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변란 자료 정리하다가 논문 범위도 아닌 동학농민전쟁 부분이 너무 재미있어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동학군은 달아나고 싶으면 달아날 주(走) 자를 써서 손에 쥐고, 날고 싶으면 날 비(飛) 자를 써서 손에 쥔다. (...) 맑은 날에도 구름 운(雲) 자를 써서 날리면 비가 온다."
-천도교중앙총부 교사편찬위원회, 『천도교백년약사』 상 (1981)
이거 그거잖아. 마법 천자문...
또, 동학군이 주술을 써서 관군의 총탄을 막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세상에 이게 당시 기록에도 남아 있었다. 주한일본공사관 문서에 포함되어 있는 전라도 지역 동학군의 심문기록이다. (한국측 자료에는 안 남아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번역해 보았다.
은밀히 왕래하는 동학도 수십 명을 잡아서 진술을 받았다.
그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충효를 근본으로 하고, 만조의 역적을 제거하고자 한다. 왜 우리더러 역적이라고 하는가?"
질문: "너희들은 관에 대항하였다. 어찌 역적이라는 이름을 면하겠는가?"
답변: "우리는 역적의 군대에 대적했을 뿐이다. 어찌 감히 나라의 명을 받든 서울의 군대에 대항하겠는가?"
질문: "누구를 두고 역적이라고 하는 것인가?"
답변: "탐욕스럽고 포악한 지방관들이 역적이 아니면 누구겠는가?"
질문: "너희들의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답변: "동도대장군 이씨다. 나이는 14세인데, 위로는 천문에 능통하고, 아래로는 지리에 통달했으며, 가운데로는 인간의 화와 복을 분별한다. 또 두 명의 원수가 있는데, 한 명은 정씨고 다른 한 명은 서씨로 모두 영웅호걸이다. 과거의 유명한 장수들이라도 이들보다 낫지는 않을 것이다. 동도대장 이씨는 남조선에서 정예병 십만 명을 이끌고 나왔는데, 이들을 가지고 난신 무리들을 무찌를 것이다."
질문: "너희들이 관군과 맞서 싸울 때, 다같이 하얀 천을 흔드니 화살, 돌, 포탄이 뚫고 들어가지를 못했다. 어째서인가?"
답변: "지금 서양을 보면, 화학(火學)으로 이치를 얻었다. 우리는 수학(水學)으로 이치를 얻었다. 물이 불을 이기는데, 화포가 어떻게 물의 진영을 범할 수 있겠는가?"
(....)
메이지 27년(1894) 5월 21일.
임시대리공사 스기무라 후카시(杉村濬)]
2017. 9. 5-6.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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