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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잡담

중국의 무슬림, 유지



유지(劉智, 1660?-1730?)는 청나라의 이슬람 학자였다. 남경 사람으로 대대로 무슬림인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어릴 때에는 아버지 유삼걸(劉三杰)에게 이슬람을 배우고, 12세부터 남경의 모스크에서 원여계(袁汝契)라는 인물에게 본격적으로 꾸란을 배웠다고 한다. 이 나이 때 아랍어, 페르시아어, 라틴어까지 마스터했다는(...) 먼치킨.

17세기 중국에 이런 무슬림이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긴 한데, 유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던 모양이다. 15살 때부터는 유교, 불교, 도교를 팠다; 이때부터 그는 공자와 맹자를 '동방의 성인', 무함마드를 '서방의 성인'이라고 하면서 동서 성인의 가르침이 고대에는 같은 것이었다고 믿게 되었다.

서른 살 때부터는 청량산(清涼山)에 머물면서 유교를 꾸란 해석에 응용하는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이즈음 쓴 책으로 <천방성리(天方性理)>, 즉 "이슬람의 성리학"(;;), <천방전례(天方典禮)>, 즉 "이슬람의 의례", 그리고 무함마드의 전기인 <천방지성실록(天方至聖實綠)> 등이 있다. 제목이 남아 있는 이 세 권은 현재 전체 텍스트가 남아 있다. 판본도 몇 가지 되는 거 같고.

이슬람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생겼다지만 중국 이슬람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소하다. 특히 유지에 대해서는 검색해 봐도 1980년대 이후에야 미국, 중국, 일본 쪽 논문이 몇 개 잡힌다. 이슬람 연구가 발달한 나라들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건 1990년대 이후의 일인 듯.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에서 상당한 양의 연구가 나오고 있다.

요즘 주위에 이슬람 연구에 관심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동아시아 출신의 이슬람 연구자가 이런 쪽을 열심히 판다면 모르긴 몰라도 재밌는 연구를 엄청 쏟아낼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중국종교에 이슬람까지 잘 알고, 적어도 한문과 아랍어에 동시에 능한 사람들이어야 제대로 할 수 있겠지. 언젠가는 그런 훌륭한 학자도 나올 거야.

2014. 5. 27. 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