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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메모

이반 스트렌스키, 『20세기 신화이론』 독서노트

Ivan Strenski, Four Theories of Myth in Twentieth-Century History, Iowa City : University of Iowa Press, 1987.



이반 스트렌스키, 이용주 역, <<20세기 신화이론>>, 이학사, 2008.



1. 예전에 선배에게 "이론사는 재미있지만 이론사를 전공하는 건 재미없겠다"고 한 적이 있다.
종교자료를 다루고 창조적으로 이론화하는 일은 짜릿하다. 남이 그렇게 한 것을 읽는 것도 행복하다.
그렇지만 평생 남의 것을 소화해서 정리하는 일만 하라면 난 지겨워서 못하겠다.
그렇지만 그런 "교과서 만들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도움을 받는 건 사실이다.
처음 이 책의 표지를 접했을 때는 그런 류의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2.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식의 이론사를 거부한다.
신화 이론가들은 "의례적"으로 선배들의 이론을 끌어들이거나 이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론은 "죽은 자에 대한 속임수"이다.


3. 이론가들이 노리는 것은 신화학 시장에서의 "지식 제국주의"이다.
그리고 그들이 설득하고자 하는 것은 동시대인들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론의 본래적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텍스트"만이 아니라 "컨텍스트"에 주목하는 방법을 택한다.
즉, 저자를 둘러싼 지성사적 환경을 추적하여 이론을 만들어내는 저자의 의도를 밝혀낸다는 것이다.

4. 얼치기 포스트모더니스트라면, 이와 같은 기획을 통해 학자 개인의 스캔들이나 경력 등의 "맥락"과 연결하여, 
그의 이론을 단순화시키거나 비난하는데 그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식의 공격을 많이 당했던 것이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엘리아데다.
그러나 이 책은 적어도 그런 식의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 비유된 학문의 세계는 혹 그게 사실을 반영하더라도 씁쓸하다.

5. 여기서 다루어지는 네 사람의 신화이론가는 카시러, 말리노프스키, 엘리아데, 레비스트로스다.
이들의 이론은 그들이 처해 있었던 역사적, 지성사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재검토된다.
정치적 격변 속 거장들의 삶과, 그물처럼 얽힌 당대 학자들 사이의 관계는 그 자체로 흥미롭게 읽혔다.

6. 결국 이론은 하나의 기획이며, 주장이다. 
그것은 특정한 정치적, 사상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고, 예상되는 독자가 있다.
또한 직업적 학자로서의 개개인의 위치와 학문적 자양분이 이론 만들기에 관여한다.

7. 이 책은 신화 이론에 대한 메타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브루스 링컨의 <<신화 이론화하기>>와도 유사성이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텍스트에 직접 뛰어든 링컨이 이론가들과 마주(혹은 나란히) 앉아 그들의 자료에 대한 "서브텍스트"를 추적했다면,
스트렌스키는 학자들과 컨텍스트 사이의 "영향"에 관심이 있었다.
이는 학문적 "스타"들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서이지만, 별다른 지적 도전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맥락의 검토와 이론의 해체라는 저자의 기획 속에서마저도, 
그가 보여주는 "학문 세계에서의 지식 제국주의"에 대한 의지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