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의례 회합, 계서화된 성직 제도, 명확한 소속의식 같은 것들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적 종교제도는 인류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확산되었다. 그리고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대부분의 교단 종교는 고령인구의 자연감소와 함께 종교소속을 가진 사람들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새로운 세대의 유입은 예전만 못하다. 인구 센서스 상에서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것, 특히 불교와 가톨릭 인구가 가시적으로 줄어든 것은 그 징후다. (2015년 조사에서 유일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개신교는 '가나안 성도'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통계상 개신교 소속으로 포착되는 사람들도 교회에 성실하게 출석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제도종교가 근래(한국의 경우 겨우 백여 년 전)에 등장한 체제라면, 사회적 조건이 변하면 얼마든지 찌그러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다. 당장 교단에 대한 기부(헌금, 보시)가 줄어들고, 교회나 절에 충성도가 높은 장년 세대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그 다음엔 종교가 어떤 형태로 될련지 연구자로서는 흥미로운 문제지만, 전문 종교인들로서는 똥줄이 탈 때가 곧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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