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을 두고 "백 년 마다 나타나는 구세주"라는 발언(실제로 이것은 두 사람의 발언을 섞어서 재구성한 구절이다)은 그 자체로도 낯 뜨거운 아첨이지만 유교 경전의 틀에서 봐도 아주 이상하다. 유교 메시아니즘(놀랍게도 이런 게 있다)의 주기는 100년이 아니라 500년이기 때문이다. 『맹자』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요순 시대로부터 500년 후에 탕왕이 나타나고, 또 500년 후에 문왕, 또 500년 후에 공자가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하나의 개그포인트는 해당 발언에서 지금을 '건국 100년, 3.1절 100년'이라고 불렀다는 점인데, 이거 임정정통론이다. 황교안네 정당을 포함한 한국 극우세력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승만에 의한 건국이라서 건국 이후 아직 100년이 안 됐다.
자기 발언에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두 서브텍스트에 전부 어긋나는 이야기만 했다는 게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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