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광주시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바로 이 부분이 이전 "민주정부"들에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테면 노무현의 2003년 5.18 연설은 이랬다.
그러나 지금 5·18광주는‘승리의 역사’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5·18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토대가 되었고, 마침내 오늘의 참여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참여정부는 바로 5·18광주의 숭고한 희생이 만들어낸 정부입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내부 분열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해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대립과 투쟁에서 대화와 협력으로, 집중과 통제에서 분권과 자율로, 소외와 차별에서 참여와 공존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개혁과 통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희망찬 시대를 열어 갑시다. 이곳 5·18 국립묘지에 잠들어 계신 애국영령들이 우리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이처럼 5.18이 국가 기념행사가 된 이후 대통령 연설의 레토릭은 크게 두 부분을 강조해 왔다.
1. 지금의 정부는 5.18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승리의 서사.
2. 이제는 분열과 투쟁을 멈추고 사회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득.
민주당계 정당들이 상대적으로 1을 강조하였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2만 말했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재인 연설의 훌륭한 점은 1을 완결형으로 말하지 않고 (광주 이후의 "5.18들"을 언급하며) 지속되는 이야기로 묘사했다는 것, 그리고 2를 이야기하되 "정의로운 국민통합"이라는 레토릭으로 차별화했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지금의 5.18들"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어야 한다면, 누가 지금 고난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명확히 지적해야 했다.
(2017. 5. 18.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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