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료 찾다가 1930년에 《별건곤》에 실린 소파 방정환의 에세이를 보았다. 이 사람 어린이날만 만든 게 아니라 동화구연 마스터였다. 본받아야겠다.
"내가 맨 처음(10년 전) 경성서 동화구연이란 것을 맨 처음할 때 천도교당에서 『난파선』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날 온종일 울고 앉은 소년을 두 사람 본 일이 있었지만은 금년 봄에 이화여자보통학교에 끌리어 가서 전교 학생에게 『산드룡이』 이야기를 할 때 옆에 늘어앉아 계신 남녀 선생님이 가끔 얼굴을 돌리고 눈물을 씻으시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때 학생들은 벌써 눈물이 줄졸 흘러 비단저고리에 비오듯하는 것을 그냥 씻지들도 않고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산드룡이가 의붓어머니에게 두들겨 맞는 구절에 가 이르자 그 많은 여학생이 그만 두손으로 수그러지는 얼굴을 받들고 응- 응- 마치 상가집 곡성 같이 큰소리로 응 응 소리치면서 일시에 울기 시작하였다. 옆에 있는 선생님들도 일어나 호령을 할 수 없고 나인들 울려는 놓았지만 울지 말라고 할 재주는 없고 한동안 단상에 먹먹히 섰기가 거북한 것은 고사하고 교원들 뵙기에 민망해서 곤란하였다."
그의 레퍼토리 중에도 신데렐라가 특히 대단했던 모양이다. 방정환의 1주기에 《동광》에 실린 이정호의 추모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귀찮으니까 현대어로 바꾸는 건 관두겠다.)
"그뿐 아니라 4-5년 전에 어느 소년회에서 동화회가 열렷을 때 아즉도 기억에 남아 잇지만 그때에 선택한 제목이 『산드룡의 유리구두』라는 슬픈 이아긴데 내용은 계모 슬하에서 자라나는 『산드룡』이 계모의 다리고온 두 딸 때믄에 몹슬 학대와 구박을 받앗으나 결국 나종에 훌늉히 된다는 것이엇다. 물론 회관 안은 죄다 우름판이 되엇는데 이아기가 끝나자 갑자기 부인석에 잇든 할머니 한분이 두눈이 퉁퉁 붓도록 느끼어 울면서 두손을 합장하고 그의 앞으로 오더니
『선생님 참말 감사합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몇번이나 절을 하엿다.
그는 얼뜻 생각에 더운 때 수고하엿단 소리로 잘못 알고 『천만에요. 도리어 갓지않은 이아기를 들으시느라고 더 괴로우셋겟습니다』 하니까 할머니는 질겁을 하다싶이 몸자세를 바꾸면서
『아니 더운신데 괴로우셋겟지만 그 보다도 그 불상하고 마음착한 「산드룡」이를 나종에 잘되는 것으로 끝을 막아주서서 감사하다는 말슴입니다』 하고 두손을 합해 빌엇다는 일화까지 잇다."
2017. 7. 16.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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