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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잡담/한국기독교

동아시아적 기독교 용어들

동아시아 또는 한국에서만 쓰는 기독교 용어들을 보면 서구어로는 번역도 안 되는 것들이 종종 보인다. 이런 말들이 대체 언제부터 쓰였는지, 어디에서 누가 처음 썼는지 추적해 보면 못 찾을 것도 없겠지만 귀찮아서... 일단 생각나는 거 두 개를 써 보겠다.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1. 구교/신교

프로테스탄트를 신교 또는 개신교, 가톨릭을 구교라고 하는 것은 그냥 번역이 아니다. 서구어에서 이들을 old/new religion 이라는 식으로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를 '저항교'라고 하면 영 이상하지만 직역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근데 구교/신교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는 꽤 오래 궁금해 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2. 신본주의(/인본주의)

한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에 동성애 문제에 대한 혐오발언에서 자주 튀어나오길래 다시 궁금해졌다. 이건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말 외에는 용례조차 찾기 어렵다. '인문주의'라는 번역어를 선호하는 중화권이나 일본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말이다. 한자어로 써놓으면 저 이항대립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humanism의 반대말이 서구어에 딱히 있는 거 같지는 않다. 굳이 따지자면 영어의 theism 정도인데, 여기에는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하는 신중심주의라는 뉘앙스가 약하다. 내가 찾아본 한에서 한국에서의 용례는 70년대 정도가 상한선인데, 어쩌면 한국산 개념일 가능성도 있다.


2015. 8. 4. 페북.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복종당(가톨릭), 항거당(프로테스탄트), 청정당(퓨리턴) 번역어를 쓰고 있는 것에도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