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에서 쓰는 “하나님”이라는 표기를 두고, “하늘+님”이 아니라 “하나+님” 즉 유일신이라는 뜻이니까 “하느님” 같은 걸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용어야 만들어 쓰기 나름이지만 음운사적으로는 전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19세기 이전에 아래아(ㆍ) 표기가 살아 있을 때 ‘1’이라는 뜻의 ‘하나’는 언제나 “ᄒᆞ나”라고 썼고, ‘하늘’이라는 글자는 언제나 “하ᄂᆞᆯ”이라고 썼다.
조선시대 한글문헌 전체를 범위로 놓고 봐도 이 구분에 예외를 찾기는 어렵다. 이상억의 <조선시대어 형태사전>에서 다루고 있는 15-19세기의 문헌들에서 “ᄒᆞ나”(一)이라는 표기는 3260번, “하ᄂᆞᆯ”(天)이라는 표기는 2585번 등장한다. 시기나 자료에 따라 사잇소리 "ㅎ"의 유무같은 차이는 있어도, 이 두 가지가 혼동되는 경우는 없다. 표준 표기라는 것이 없던 시절인데도 그런 걸 보면 당시에는 두 단어의 발음도 확실히 달랐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이 두 가지를 철저히 구분해서 쓰고 있는 문헌이 하나 있는데, 바로 1900년에 간행된 개신교 최초의 <신약전서>다. 물론 “하나님”은 “하ᄂᆞᆯ+님”에서 ㄹ이 탈락한 “하ᄂᆞ님”으로 썼다. 동학 문헌에서도 나중에 “한울님”이라는 천도교 용어가 생기기 전까지는 “하ᄂᆞᆯ님”이라고 썼고.
그러니까 “하나님=유일신” 설은 아래아 표기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일종의 민간어원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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