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초심자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명제들이 몇 가지 있는데..
1. 종교라는 건 실재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그러니까 사실 종교따위는 없다는 걸 알아야 종교에 대한 재밌는 얘기들을 시작할 수 있다.
2. 오늘날 통속적인 종교 개념은 그리스도교를 기준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어떤 전통이나 현상은 그리스도교와 닮은 정도에 따라 '종교적'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는 (최근까지도)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특수하고 예외적인, 꽤나 변태같은 종교전통이었다. 세상에는 '신'이나 '믿음', '구원', '교회' 같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종교도 많다.
3. 사람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투표장에 가지 않는 동안에도 늘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종교적 사유나 실천은 특정한 제도종교에의 소속 여부랑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나한테 '종교학적 관점'이란 대충 이런 것들인데, 생각보다 반직관적이라 이걸로 누군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아주 학문적인 대화가 아닐 때에는(혹은 설명하기 귀찮을 때에는) 상대가 뭐를 두고 '종교'라고 부르는지를 열심히 들어 보고, 거기에 맞춰서 얘기할 수 밖에 없다. 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대충 이런 식으로 하겠지.
2015. 8. 7.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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